안녕하세요? 파리로 교환학생을 와 있는 구기룡이라고 합니다. 밥보다꿈은 꿈을 향해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죠.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요즘 많은 대학생들이 영어, 혹은 여행에 뜻을 두고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저 역시 교환학생이라는 선택을 제 꿈을 향한 긴 여정에 반드시 들러야 할 한 정거장이라 생각했으니까요.
올 1월에 학기를 시작한 후 이제 한 학기가 끝나갈 무렵, 저의 교환학생 경험을 토대로 조언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물론 짧은 시간이었기에 저의 이야기가 절대적 진리는 아니지만.. 교환학생에 뜻이 있는 밥보다꿈 식구 여러분들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행복할 것 같네요.
(가급적 이 글은 이제 막 대학교에 입학한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편 교환학생이란
1. 교환학생은 결심의 문제다.
교환학생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결심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교환학생을 포기하고는 하는데, 그 중에는 경제적인 문제나, 시기적인 문제, 영어 공부에 대한 부담감 등이 대부분의 이유를 차지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4학년 1학기 때 교환학생을 왔습니다. 취업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인 요즘 졸업학년이 되어서야 교환학생을 가는 저를 말리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교환학생을 가야겠다는 확고한 결심이 있었고, 준비를 하는 기간을 포함하여 학기가 끝나가는 지금에서도 저의 선택에 후회가 단 조금도 남지 않습니다.
교환학생은 대학생일 때만 누릴 수 있는 유일한 특권입니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다니는 학교를 최대한 이용하십시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른 것입니다. 교환학생을 가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하시는 분들은, 그 고민의 시간을 최대한 줄이시길 바랍니다. 위에 언급한 교환학생을 결심하기까지 망설이게 하는 문제들은 제가 뒤이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2. 연수 OR 교환학생?
많은 대학생들이 영어를 위해 어학연수를 떠납니다. 물론 여건이 된다면야 두 개다 체험을 해보는 것도 좋지만, 보통 둘 중 하나만 하게 될 경우 어학연수와 교환학생의 장단점을 정확하게 분석하시어 본인에게 맞는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합니다.
어학연수의 장점은 그야말로 영어를 공부할 수 있다는 데에 있습니다. 교환학생은 사실 영어 자체를 공부하지 않습니다. 전공 공부를 함에 있어 영어로 한다는 것 뿐입니다. 따라서 영어의 4개 영역 reading, listening, speaking, writing 을 제대로 공부할 수 없다는 것은 알아두셔야 합니다. 그러므로 영어 자체의 실력을 높이고 싶으신 분들은 저는 개인적으로 어학연수가 낫다는 견해입니다.
다만 교환학생은, 영어로 수업을 듣게 되므로 좀 더 깊이 있는 영어공부를 하게 됩니다. 전공과목에서 나오는 혹은 배웠던 용어들, 영어로는 어떻게 번역이 되는지 잘 아시나요? 자신의 전공과 관련된 직장에서 일을 하게 된다고 가정할 경우 회사에서 쓰이는 비즈니스 영어들을 미리 배우게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입사 전 영어면접 대비도 되겠지요. 개인적으로 지난해 광고회사에서 인턴을 했을 때 영어로 된 광고 기획서를 접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이런 걸 대체 어떻게 쓸 수 있을까 막연하기만 했는데 막상 이번 학기 광고 수업을 들으니 그런 기획서를 제가 쓰고 있더라구요.
교환학생의 장점은 또한 빡세게 공부할 수 있습니다. 이게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는데요. 나는 마음 편하게 여행을 하고 싶다거나, 여가시간을 가지며 다른 체험을 하고 싶으시다면 연수를 택하는 게 나을 수 있습니다. 교환학생은 학기를 대체하는, 즉 학점을 취득해야하는 조건 상 헤이해질 겨를이 없습니다. 그리고 외국 학교 공부가 생각보다 빡셉니다. 성적에 크게 개연치 않으신 분들이라면 상관없지만 대개 교환학생을 가시는 분들이 학점에 관한한 자유로운 영혼이신 분들이 드물기 마련입니다. 제가 이 점을 장점으로 언급한 이유는, 연수를 갔다온 제 주변을 보면 제어장치가 없기 때문에 생활이 나태해지고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을 종종 보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건 개인적인 입장입니다. 자신이 통제만 잘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간혹 힘드신 분들은 교환학생을 하게 되면 좀 더 타이트한 일정으로 본인의 시간 계획을 의미 있게 짤 수 있고.. 그만큼 끝나고 보람도 많이 남겠지요. 그렇다고 교환학생 오면 공부만 한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매주 교환학생들끼리 파티도 열고, 시험 하나 끝나면 같이 여행도 가고.. 힘들게 공부한 뒤에 맥주 한잔 시원하게 걸치는 그 기분은.. 추천 드리고 싶네요. 즉, 결론적으로 영어에 대한 비중이 다른 어떤 것보다 높다싶으신 분들은 연수를, 영어 이외에 다른 체험에 비중이 높으신 분들은 교환학생을 추천합니다.
3.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하다?
자, 이제 교환학생을 가고 싶다 했는데.. 막상 어마어마하게 들 돈이 걱정입니다. 요즘 같은 글로벌 경제위기에 해외로 나가는 것이 사치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저는 오히려 이럴 때를 위해서 교환학생이라는 제도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여행을 하며 놀러 다니는 것도 아니고, 비싼 등록금을 자비로 충당하면서 유학을 하는 것이 아닌, 그야말로 ‘교환학생’ 이니까요.
교환학생을 가는 사람들이 막상 돈 많은 집안의 부유자제들만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 친구의 예를 들어보면, 1학년 때부터 교환학생을 가겠다고 결심한 제 친구 녀석은 틈틈이 과외를 한 비용을 3년 동안 모아서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두고 핀란드로 교환학생을 다녀왔습니다. 부모님의 힘을 한 번도 빌린 적이 없는 셈이죠.
교환학생은 학기 등록금을 본교에 납부하고, 해외에서 수학하는 것입니다. 그 외에 드는 비용은 항공비와 생활비 정도 일텐데, 사실 한국에 있으면서 한 달에 비슷한 만큼의 용돈이 필요한 셈이기 때문에 정말 따지고 보면 그리 큰 비용이 드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또한 요즘 교환학생을 위한 대내외 장학금이 많습니다. KB 국민은행이나 미래에셋이 대표적인 외부 장학금입니다. 그런 제도를 십분 활용하시면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제 얘기가 자랑처럼 들릴 수 있지만, 저처럼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서 말씀드리면, 저는 재학 중인 학교에서 성적우수 장학금을 받아서 이번 학기 등록금을 감면받고, 교환학생 선발 후 미래에셋 장학금을 받았는데 이 장학금에는 한국 본교 등록금이 포함되어서 오히려 저는 돈을 벌어서 학교를 다니는 셈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매달 생활비는 최대한 아껴 쓰면서 생활하니 한국에 있던 때와 지출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이 있죠. 경제적인 문제가 괴롭히시는 분들이 이 말을 새삼 되새겨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4.언제가 좋을까? 얼마나 있어야 적당할까?
대학 4년 중에 교환학생을 가게 된다면 언제 학기가 가장 이상적일까요? 좀더 짜임새 있는 대학생활을 계획하신다면, 이 문제도 심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특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1~2학년 분들은 미리미리 대학 4년 PLAN 을 설계해 두시는 게 나중을 위해 현명한 길이란 점을 일러드립니다.
우선 1학년 때는 대학 새내기로서 누려야 할 사건(?)들이 너무 많습니다. 당연히 그 땐 그런 것들에 집중을 하셔야겠죠. 너무 성급하게 서두르실 필요 없습니다. 다만 이 때는 우리 학교에 교환학생 제도가 어떤 게 있구나 정도는 발품을 팔아서 미리 알아 두시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 드렸던 본인의 대학생활 계획만 잘 세워놔도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4학년.. 제가 4학년 때 와 본 입장으로서, 물론 교환학생이 숙원사업이었던 저는 지금 온 것도 좋지만.. 졸업학기를 앞두고 있는 심적 부담감과 4학년 1학기 때부터 인턴 등의 기회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4학년 때는 피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2학년과 3학년이 남았는데 사실 이것은 본인의 선택 나름입니다. 제 주변에 다녀온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의견이 다양하더군요. 2학년 때 다녀오면 좋은 점은 더 폭 넓은 시야를 가지고 남은 2년을 공부할 수 있다는 점이구요. 영어 실력 향상도 물론 말할 것도 없구요. 대신 2학년 때 보통 본격적인 전공 공부를 시작하는 한국 시스템에서 자칫 필요한 기반 공사에 소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 학교에서의 전공 과목과 100프로 정확히 일치하는 커리큘럼이 해외 학교에서 존재하기란 힘들기 때문이지요. 3학년 때 가면 2학년 때 전공 공부를 하고 어느 정도 머리를 키우고 가기 때문에 해외에서의 수학 생활 중 그만큼 더 담을 수 있는 그릇이 크겠지요.
그래서 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2학년 2학기 때나 3학년 1,2학기 때를 걸치는 게 가장 바람직하지 않나 싶습니다. 특히 남자 분들의 경우는 제대 무렵 교환학생을 준비 한 후 복학 학기를 해외에서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저 같으면 그랬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학기가 한 학기가 좋을지, 1년이 좋을지. 이 문제도 결정하기 힘든 문제이실텐데, 보통 사람들이 한 학기면 너무 짧다고들 하는데 제가 경험해 본 바에 의하면 한 학기도 그리 짧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두 학기를 하게 될 경우, 보통 해외학교들은 3~4개월이기 때문에 그리 차이가 나지 않아요. 대신 이런 것은 있습니다. 한 학기 공부를 해보고 난 뒤 감을 어느 정도 익혔으니 다음 학기에 한 번 더 공부해 보고 싶은 욕심이랄까요. 물론 이것도 한 학기 동안 미련 없이 보내시면 이 문제도 어느 정도 상쇄되지 않을까 싶네요. 참고로 말씀드리면, 외국 학생들은 보통 교환학생 제도가 필수적인 곳도 많고 해서 한 학기씩을 기본으로 해요. 그래서 저희 학교 친구들도 1년 이상 머무는 친구들은 많이 없더라구요. 시간이 넉넉지 않다면 1학기라도 충분하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5. 나라 선택, 그 끝이 안 보이는 고민
교환학생을 갈 때 또 중요한 것이 바로 어떤 나라로 갈 것이냐죠. 나라를 선택함에 있어 누가 물어봐도 본인의 확고한 이유를 댈 수 있을 만큼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저 같은 경우는, 비즈니스 전문스쿨, 프랑스 칸 광고페스티벌 참관, 유럽 배낭여행, 제 2외국어 불어 공부 등의 이유로 프랑스 파리의 경영대학을 선택했습니다.
흔히들 영어를 위해서 영미권을 선택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영어 공부를 위해서라면 영국이나 미국 선택이 낫습니다. 아무래도 영어 환경 노출이 많으니까요. 또한 유럽 쪽도 영어를 잘하는 나라들, 특히 핀란드, 스웨덴 등의 북유럽권은 영어 굉장히 잘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꼭 미국만을 범위 안에 넣지는 않으시길 바랍니다. 참고로, 미국에는 영어를 배우기 위해 제2외국어가 영어인 아이들이 영어를 배우러 가는 반면, 유럽은 제2외국어를 배우기 위해 영어권 아이들이 많이 온다는 점을 강조해드리고 싶습니다. 교환학생이 친구들을 사귀고, 그에 따른 문화체험 등이 소득 중에 하나라면 같이 온 교환학생들이 누군지도 상당히 중요하겠죠.
유럽 선택 시 좋은 점은 또한 여행을 들 수 있습니다. EU 국가 간의 여행은 여권조차 필요 없을 정도로 자유자재로 여행이 가능합니다. 저도 파리에 있으면서 틈틈이 주말마다 여행을 다니는데, 거리 상 거의 뭐 서울 부산 왔다 갔다하는 기분이었어요. 즉, 본인이 평소 여행하고 싶던 나라를 교환학생을 계기로 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 나라의 진면목을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 볼 수 있으니까요.
반면, 나라 선택뿐만 아니라 학교 선택이 때로는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본인이 가고 싶은 나라에 있는 학교들이 본인의 조건과 맞지 않을 경우에는 학교 위주의 선택을 하시기 바랍니다. 저 같은 경우도 파리에 있는 학교지만 저희 학교 내에서 불어아닌 영어수업 전문 과정이 있어서 선택했으니까요. 이 때 고려해야할 점들은, 학교의 수준(학생들의 자질이나 수업의 질)과 커리큘럼(특히 본인의 전공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과목 개설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어떻게 알 수 있냐구요? 발품 파시다보면 다 알 수 있습니다. 현지에서 미리 수학 중인 학생들을 컨택하거나 구글 등을 통해 검색하시다보면 얼추 파악 가능합니다.
6. 교환학생 준비하다 떨어지면 도로아미타불?
교환학생을 가기 위해서 또 넘어야 할 산이 토플, HSK 등의 공인어학점수입니다. 이에 대한 부담감으로 많이들 망설이게 됩니다. 가장 많은 해외 대학에서 요구하는 토플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IBT 체제로 바뀌고 나서 시험 접수비도 크게 오르고, speaking 등이 추가되면서 분명히 더 어려워진 것은 사실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반대로 떨어졌을 경우를 가정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토플 공부는 여러 영어 시험 중 영어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시험 중에 하나입니다. 특히 토익에 비해서 speaking, writing 등을 병행하기 때문에 평소 영어에 대한 내공이 부족하다싶으신 분들은 토플 공부에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교환학생을 준비하다가 만약 잘 안 됐다고 하더라도 그건 결코 시간을 헛되이 낭비한 것은 아니란 점을 말씀드리고 싶은 겁니다. 토플 공부 후에 토익 공부를 하시다보면 훨씬 부담이 주는 것도 느끼게 되실 거구요, 교환학생을 파견 나간 후에 수업을 듣다보면 토플 공부가 왜 중요한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되실 겁니다. 이에 대한 부분은 다시 설명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생각보다 토플 점수 얻기가 그렇게 힘들지만은 않습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토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도전해보지도 않고 교환학생 자체를 포기하는 우를 범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상으로 제 1탄, 교환학생 선택까지편을 마칩니다. 드리고 싶은 말이 많아 글이 상당히 길어졌네요.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읽으세요.^^ 다음엔 교환학생 합격부터 어떤 점을 준비해야하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2편 교환학생 파견 전 숙지
교환학생으로 합격이 되고 나서 한 고개를 넘으신 분들은 정말 축하드립니다. 이제부터가 진짜 게임입니다. 저는 교환학생 시작이 해외에서 학기가 시작할 때가 아니라 합격하고 나서부터가 시작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즉 파견 전까지가 교환학생 생활 중 50프로를 차지한다고 싶을 만큼 이 기간의 중요성은 백 번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교환학생 파견을 앞두신 분들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네요.
1. 영어 공부는 크게 두 가지, 회화와 전공 영어.
뭐니 뭐니해도 영어 공부가 제1순위겠지요. 아마 주변에서 이런 류의 얘기는 귀 아프도록 들으셨을 겁니다. 1탄에서 영어 공부를 하러 교환학생을 가는 게 아니라고 말씀드린바 있습니다만 교환학생 전까지 이미 어느 정도 영어 공부가 된 상태이셔야 합니다.
그럼 어떻게 영어 공부를 해야 하느냐. 저는 크게 회화와 전공 영어를 나누어 공부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선 회화. 영어. 세계 제 1의 공통어입니다. 흑인들과도, 파리 사람들과도, 어딜 가든 일단 영어를 말할 수 있으면 사는데 지장이 없습니다. 또한 세계 각지에서 온 교환학생들 간의 교류도 영어로 하기 마련이지요. 그러기 위해선 회화 공부가 단연 중요합니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룸메이트와 한 방에서 살고 있는데, 어느 날 변기가 막혀서 물이 안 내려갑니다. 이 상황을 영어로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하시면 충분합니다. 즉 우리가 지금까지 토플 등에서 공부한 아카데믹한 영어가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 살면서 부딪히고 체험하게 될 상황에서의 케주얼한 영어 표현들을 많이 익혀두시라는 얘기입니다. 저도 이 부분이 많이 부족해서 대화 중에 뚝뚝 끊기는 경우가 있어서 참 답답하더라구요. 상대방은 아마 더했겠죠. 너무 문법 등에 치중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제 룸메이트도 미국인이었는데 그 친구가 저는 너무 바른 말만 하는 것 같다고.. 그 애들도 구어체 등을 많이 쓰기 때문에 문법 상 정확하지 않아도 다 알아 듣습니다. 대신 상황 표현만 막힘없이 전달할 수 있는 게 더 중요합니다. 이에 대한 대비는 아무래도 회화적인 표현들을 많이 익힐 수 있는 영미 드라마나, 영화, 팝송 등을 통한 공부가 가장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어요. 저도 한국 돌아가면 그런 걸 더 보고 공부하고 싶거든요.
한편으로 전공 영어입니다. 너무 많은걸 요구하는 것 같네요 제가. 하지만 이 부분도 빼 놓을 수 없이 중요합니다. 왜냐면 우린 바로 교환학생이기 때문입니다. 영어로 된 원서를 한국에서 접하셨다면 상관없지만 해외에서 원서를 읽을 때 전공에 나오는 영어 단어들부터 다시 공부하려면 참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쉽게 말해, 한국에서 수업하는데 한국 단어들을 기본적으로 교수님이 설명해 주시지는 않잖아요. 마찬가지로 해외수업 중에도 중요한 용어들은 기본적으로 알고 있다는 가정 하에 수업이 진행됩니다. 그러므로 시간이 나실 때는 틈틈이 원서를 읽어보시고, 학교 수강 신청을 했다면 이왕이면 그 쪽 과목들에 대한 영어 책들을 읽어두시면 나중에 공부하실 때 훨씬 수월하실 겁니다.
2. 토플 공부 무시하지마라.
토플 시험 성적 나오고 이젠 토플 너랑은 다시는 안 본다 하고 BYE BYE 하셨죠? 저도 그랬으니까요. 근데 이 토플 시험의 목적이 해외에서 수학을 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위한 테스트다 보니 실제 해외에서 공부하다보면 토플을 공부했던 내용과 흡사한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특히 저는 토플 시험 중 LC 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은데요. 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때 들리지 않으면.. 정말 슬픈 상황이 펼쳐집니다. 교수님과 공부하러 왔지, 혼자 자습하러 온 게 아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토플 엘씨 중에서 전부 다는 말고 본인 전공 파트의 영역들은 다시 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LECTURE 말고 대화 파트 있죠? 기숙사 신청이나 수업 신청 등과 관련한 일상 상황에서의 대화 문제. 이 부분도 너무너무 중요합니다. 생각해보세요. 학교 다니면서 학사와 관련해서 학교 직원과 상담을 요청하거나 친구들과 학교 건물, 이런저런 행사 얘기할 일들이 얼마나 많을지.. 짐작되시지요? 토플에서 책으로만 공부하던 상황들이 그대로 본인에게 펼쳐집니다. 토플 끝나자마자 토플 책 불태워버리시지만 않았다면.. 다시금 토플로 돌아가서 파견 전까지 꾸준히 공부해두십시오. 어떻게 대비해야할지 모르겠는 분들을 위한 좋은 가이드가 되어줄 겁니다.
3. 한국에 대해 얼마만큼 알고 있나?
파견 전에 또 중요한 것이 바로 우리 조국, 대한민국에 대한 이해입니다. 교환학생으로 가면 좋은 점 중에 누누이 말씀드린 것처럼 세계각지에서 온 교환학생들과 쉽게 만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에서 외국친구를 사귈 수 있는 사이트가 있을 정도니 교환학생으로 오면 그런 건 걱정 안 해도 되겠죠? 또 저는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서 가장 만족도가 높았고, 배운 것도 많았기 때문에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대신, 그런 친구들과 지내다보면 계속해서 막히는 부분이 바로 우리나라에 대한 이해입니다. 게다가 자국어가 아닌 영어로 다시 설명해 줘야 하는 상황이라서 많이 좌절했었죠. 또 한 번 단적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한 친구가 물어봅니다. ‘김정일이 갖고 있는 생각은 도대체 무엇이냐?’ 이에 대한 답을 영어로 할 수 있을 정도로만 준비해서 오세요. 외국 학생들 의외로 북한에 대한 관심 많습니다. 간혹 북한엔 몇 번 놀러가 봤냐는, 아직 한반도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봤습니다만.. 한국이란 나라에 대해 자신 있게 소개할 수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처음에 교수님이 한국에서 FTA 체결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냐고 물어보셔서 너무 뜬금없는 질문에 답을 못하고.. 집에 와서 위키디피아, 코리아헤럴드 등 영자신문들을 모조리 읽어보고 다시 찾아가서 설명 드린 적이 있네요. 한국의 대표음식이 무엇이냐, 전통 의상이 무엇이냐, 최근 유행하는 패션이 무엇이냐.. 외국 아이들은 한국에 대해 알고 싶어 합니다.
이에 대한 대비법.. 앞서 살짝 말씀드렸듯이.. 영자로 된 사이트(위키디피아, TED.COM) 나 영자 신문, 한국관광공사 영문 사이트 등을 틈틈이 살펴주시면 큰 도움이 될 거에요.
이 외에도 준비해야할 사항들이 많지만 가장 중요하다 싶은 점들만 설명드렸구요.
마지막으로 해외 수학 시작 후에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설명해드리고 마치겠습니다.
3편 해외 수학 중에..
이제 해외 수학을 시작하신 여러분, 비록 준비를 많이 못했더라도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남은 기간에만 집중하시면 됩니다. 한국에서 살면서 가진 나태한 습관들은 버리고 어렵게 여기까지 온 만큼 그와는 다르게 모든 걸 흡수하고 받아들인다는 자세로 열심히 하루, 한 달을 채워나가서 마지막 끝나는 그 날까지 꼭 목표 달성하시기 바랍니다.
1. 무조건 영어 환경 노출을 극대화하라.
이번에도 영어에 대한 얘기가 1순위네요. 교환학생의 목적이 영어가 전부는 아니지만 가장 주요 목적 중 하나겠죠. 따라서 해외 수학 중에 영어 환경 노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합니다. 이건 본인의 역량입니다. 팁을 드리면, 기숙사가 있을 수 있는데 같이 방을 쓰는 친구가 누구냐에 따라 확실히 다릅니다. 저는 운이 좋아서 미국인 친구랑 둘이서 한 방을 썼는데.. 한국에서 매달 십 몇만원씩 돈 주고 회화 학원 다니다 원어민 친구랑 24시간 붙어있으니 그 돈이 어찌나 아깝게 느껴지던지요. 사실 저는 기숙사 배정받을 때 학교 측에 영어권 나라 아이와 한 방을 쓰고 싶다고 요청했었습니다. 같이 온 후배는 아프리카에서 온 아이와 한 방에 있는데.. 물론 인종차별을 하자는 의도는 추호도 없구요. 단지 그 친구와 커뮤니케이션이 힘들어서.. 무척 답답해하고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다만 외국아이들과 살다보면 한국 정서와 맞지 않는 행동들이 많아서 불편할 때도 많고 힘들 수도 있습니다. 가령 노래를 크게 들어놓는다거나, 잘 청소하지 않는다거나.. 저는 그래도 영어 공부를 위해 이해하려고 노력했는데요. 같이 온 형은 불편해서 결국 못 참고 혼자 나가서 살고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혼자 살면 물론 마음 편하긴 하지만 굳이 교환학생을 온 목적이 퇴색되지 않을까 싶어요. 영어 노출을 위해서 가급적 기숙사 생활과, 룸메이트 선정에 지혜를 발휘하시기 바랍니다.
2. 수업 선택을 잘해라.
매우 중요한 팁입니다. 한국 학생들은 보통 영어에 자신이 없어서 혼자서 할 수 있는 과목들, 가령 경영학으로 치면 회계나 재무 등 수업을 많이들 신청합니다. 저는 영어에 자신있어서가 아니라 제가 관심 있는 과목들, 광고나 마케팅 위주로 수업을 들었는데요. 물론 수업을 듣는 중엔 무척이나 힘들었는데 끝나고 나니 남은 게 가장 많은 수업들이었습니다. 이는 1번 영어 환경 노출과도 관련이 있는데.. 가급적 팀 프로젝트가 있는 수업을 듣기를 추천드립니다. 한국에서 팀플이 많은 게 다 외국 따라 해서 그런 거더군요. 외국 교수님들도 프리젠테이션 상당히 좋아라 합니다. 팀플. 물론 귀찮습니다. 한국에서도 하기 싫은 거 외국에서도 마찬가지실겁니다. 대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상당히 큽니다. 준비하는 과정 중에 영어로 토론하고, 영어로 된 발표문을 작성하고, 프리젠테이션을 외국 학생들 앞에서 해보는 것. 특히 저는 외국 친구들을 많이 사귈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발표 수업이 많아서 이들과 준비할 때 일주일에 몇 번씩 만나다보니 자연히 친해지게 되었구요. 또 공부만 하나요. 저녁에 바에 가서 술 한잔 하면서 영어도 늘게 되고. 그래서 가급적이면 미리 커리큘럼을 학교에 요청하거나 정보를 얻어서 발표나 팀 프로젝트가 있는 수업 선택을 하시길 강력 추천해드립니다.
3. 수업 중엔 무조건 적극적으로.
한국에서는 손들고 발표하거나 교수님께 질문하는 것을 상당히 꺼려합니다. 때로는 나선다고 싫어하는 경우도 있구요. 이런 편견은 외국에서 공부 중에 가장 먼저 버려야 할 1순위입니다. 무조건 수업 중에 참여하세요. 어떤 코멘트라도 좋습니다. 교수님이 말씀하시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나왔거나.. 정확히는 몰라도 그냥 언뜻 관련성 있을 것 같다 싶으시면 손들고 얘기하세요. 저도 처음엔 적응을 못하고.. 또 영어도 달려서 손짓 발짓 다해가며 제 의견을 피력하곤 했는데요. 그런 점을 오히려 교수님이 좋게 봐 주시더라구요. 처음이 힘들지 나중엔 적응되고 재밌어지기까지 합니다. 외국 학생들이 왜 그렇게 창의적인가 싶었더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4. 친구 사귀는 스킬
외국 생활을 하다보면 가족 생각도 나고 한국이 그리워질 때 당연히 있습니다. 저는 그럴 때일수록 한국에서도 그랬는데 사람으로서 그런 감정을 달래곤 했는데요. 외국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세요. 그들 또한 조국을 떠나 이국 땅에서 공부하는 비슷한 상황이기 때문에 동병상련의 입장으로서 통하는 게 많습니다. 또한 그 중에 몇 명 하고는 특히 가까운 친구가 있으면 좋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해외에서 적극적으로 먼저 다가가서 친구들 많이 사귀라고들 말하죠. 저는 그렇게까진 말하진 않겠습니다. 그냥 안부만 주고받는 사이가 아니라 단 한명이라도 가깝게 지내는 친구가 있다면 여행도 같이 가고..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으므로 오히려 전 그 쪽이 더 나은 것 같아요. 외롭다고 너무 한국인들과 자주 섞이는 사람들은 제가 봤을 때 그런 외로움을 달래 줄 친구가 없어서 그러지 않나 싶거든요.
그리고 친구 사귀는 팁을 드리자면.. 그 나라에 대한 관심, 애정도를 표현하면 쉽게 친해질 수 있습니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쉽죠. 어떤 미국인 여자아이는 부산에 교환학생을 왔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태권도도 배웠고, 놈놈놈 영화도 너무 재밌게 봤다고.. 그런 아이에게 제가 고맙기도 하고 그러면서 가까워지는 건 훨씬 쉽겠죠. 다른 나라에 대한 관심, 그것도 교환학생을 하면서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공부입니다.
5. 이색 경험
지금 계시는 곳은 한국이 아닙니다. 그 나라에서 평생 머물지 않는 이상 어차피 한국에 돌아가면 똑같이 반복될 경험들을 외국에서까지 연장하지 마십시오. 늦게 일어나거나, 한국 드라마를 다시 다운받아 보거나 하는 등의 행동은 정말 나중에 길이 후회 남을 행동들입니다. 그 나라의 사람들을 더 관찰하거나, 그 나라의 음식 만들기를 도전해보거나, 별로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 나라의 작은 도시들을 여행하는 등의 알찬 시간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시기 바랍니다. 제 친구 중 한명은 아침에 공원에서 산책 하는 게 좋아서 한국에서는 조깅을 해본적도 없는데 교환학생 중에 매일 아침에 조깅을 했고.. 그게 습관이 되어서 한국 돌아가서도 꾸준히 운동을 하는 것을 봤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여기에서 판단할 때, 이건 한국가서도 할 수 있는 것인가, 여기에서밖에 못하는 것인가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그리고 가급적 여기서만 할 수 있는 이색 경험들을 하려고 노력 중이구요. 한국에서 교환학생을 가고 싶어하는 많은 학생들을 생각해서라도 다양하고 새로운 경험들로 많이 채워나가시길 바랍니다.
4편 연재를 마치며
이상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저도 이제 교환학생이 끝자락에 있는데, 막상 끝나고 보니 못 다 이룬 점에 아쉬운 감도 있고.. 또 밥보다꿈에서 저와 비슷한 길을 걷고 계실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제 진심이 담긴 이야기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아무쪼록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구요. 전적으로 저의 사적인 견해이기 때문에 판단은 결국 여러분들 각자의 몫이라는 점 말씀드리고 싶네요.
저는 나중에 꿈을 이룰 수 있는가의 차이는 그 사람의 'Reference' 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또 그런 경험들을 통해 1.어떤 종류의, 2. 얼마만큼의 reference 를 차곡차곡 쌓아왔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점에 있어서 교환학생은 분명 우리의 reference 를 한 단계 높게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인 점엔 틀림없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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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정말 진심이 가득가득 담긴 보석같은 글이다. 감사합니다..
출처 : 싸이클럽.. 구기룡님